논술시험 보러 가는 길
전국 초중고등학교 논술경시대회차 상경하는 날 우산을 챙겨들었다. 촉촉히 내리는 비를 맞으며 곡성역에 도착. 곡성에선 예선통과자가 13명. 고달초 3명, 삼기초 4명, 곡성중앙초 4명, 석곡초 2명. 이들 학생이 모두 참여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예선시험이 온라인상에서 치뤄졌고 이제 수상자를 뽑는 본선시험은 예선합격자에게만 시험볼 기회가 주어진다. 오프라인에서 치뤄질 이번 본선시험은 서울 양재동 양재고등학교에서 치뤄지게 된다. 전남 곡성군에선 거리상의 이유로 6명만이 서울에서 열리는 본선시험에 참가하게 되었다.
시골에서 서울까지 초등학생들이 시험보러 가는 길은 아주 특별하다. 일일 여행자 보험 가입은 필수이고 일주일 전부터 미리 왕복열차표를 예약해서, 학교와 학부모께 안내장을 발송하고 수험생들의 건강관리까지 평소와 달리 더욱 신경이 쓰인다. 1박2일 일정으로 시험 하루 전에 서울에 도착해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시험을 치르게 된다.

(삼기초등학교의 6학년 강선영과 조수현어린이)
상경열차는 한산하다. 곡성역에서 부모님의 배웅을 받으며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열차에 몸을 싣고 나니 여행하는 기분을 만킥하게 된다. 시험 보러 가는 긴장된 마음보다도 일상생활에서 탈피하는 여행의 자유스러움과 낭만을 즐기게 된다.
열차에서 부모님이 가방가득 챙겨주신 간식거리를 먹다보니 찻창밖의 풍경들이 낯설기만하다. 가족들과 떨어져서 가는 서울나들이는 이번이 처음인셈이다. 이번 학기만 마치면 초등학교는 졸업하고 중학교로 진학하게 되는 선영이와 수현이는 이번 서울나들이가 더욱더 설레기만하다. 익산에서 KTX로 환승하고 빠른 속도감을 느끼며 달리는 열차안의 풍경을 하나하나 놓치기 싫은 듯 객차안을 서성거려보기도 한다.
드디어 용산역 도착. 서울사람들의 바쁜 일상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을 것처럼 잰 걸음을 옮기는 인파들 틈에 끼여있는 우리들이 마냥 신기하다. 역 내의 백화점 음식점에서 돈까스로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숙소로 가기 위한 전철표를 끊는다. 어린이 550원이라고 적혀있는 노란 티켓 하나면 서울 곳곳을 누빌수 있다고 한다. 처음 타보는 전철은 지하에 위치해 있는만큼 소음도 아주 굉장하다. 땅이 울리듯 윙윙거리는 소리가 고막을 뒤흔든다. 우리가 가야할 곳은 양재동. 국철을 타고 서빙고를 지나고 옥수에서 3호선으로 갈아타서 압구정 신사 교대를 거쳐 드디어 도착한 양재역. 지하철 안에서 바라본 63빌딩과 쌍둥이 빌딩 한강 한강대교 등 말로만 듣던 서울을 오긴왔다는 생각이 언뜻 뇌리를 스친다. 일행 중 누군가는 선생님께서 농당삼아 열차와 전철의 차이점에 대해서 이야기 한게 한편 웃음이 절로 나온다. 열차는 승객손잡이가 없고 지하철은 승객손잡이가 있단다. 서울가면 꼭 확인하라시던 그 선생님의 말씀을 직접 내 눈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역에서 내리니 더욱더 많은 인파들이 서로 밀고 밀치며 물결치듯 흘러가는 것 같다. 우리는 양재동 한 모텔에 여장을 풀었다. 열차와 전철을 몇번 갈아타고 오는 동안 긴장되었던 마음을 잠시 달래고 내일을 위해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일기장을 펼쳤다. 논술 시험은 평소 실력으로 볼 터이니 오늘은 서울 오늘 길에 보고 느낀 것을 자유롭게 써 나갔다. 어느새 서울의 밤은 깊어 가고 우리들도 스르르 눈을 감기 시작한다.

본선시험장소는 우리가 묵은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다. 걸어서 10분이면 도착하는 곳이다. 낯선 서울 거리를 누비며 이른 아침 본선이 치뤄질 양재고등학교로 우리 모두 발맞추어 걸었다. 숲으로 우거진 고즈넉한 건물이 바로 우리가 찾던 그 곳이다. 지하도를 건너니 어깨띠를 두른 아저씨 두분이 우리를 반가이 맞는다. 그 어깨띠에는 "축 2007전국 초중고 논술경시대회"라고 적혀 있는 것 같다. 우리를 안내하기 위해 서 계신 분들임에 분명하다.
접수창구에 일단 짐을 맡끼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김밥과 돈가스로 아침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는 내내 방금 보고 온 시험 장소가 자꾸 머리에 맴돈다.

전국에서 이번 본선 시험을 치르기위해 이곳에 몰려드는 인파가 점점 많아질수록 긴장감은 더해진다. 드디어 접수대에서 수험표를 받아들었다. 이제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교실을 찾으면 된다. 학교에서 시험 치를 때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임해야겠다고 몇번이나 다짐했지만 막상 시험장에 서니 양쪽 가슴이 두근 반 세근 반 거리는 걸 어쩌지 못하겠다.

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시험은 생각보다 쉬웠다. 자신감을 가지고 하면 글도 술술 나오는가보다.
시험지를 내고 밖으로 나오니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그중에 우리 일행을 찾는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선생님은 다른 학교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정보 교환을 하는 듯 하다. 시험을 치르느라 긴장했던 마음도 이제 다 풀렸고 느긋하니 기념사진이나 찍고 가잔다. 충청도에서 오신 한 선생님이 박아주신 기념사진. 두고 두고 내 앨범에 간직해야겠다.

용산역에 도착하니 마침 곡성중학교 영어선생님을 우연히 만났다. 대우자동차 전시회도 열리니 구경도 할겸 한 컷 사진도 찍었다.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하나씩 챙겨들고 우리는 돌아오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시험은 우리가 평생 치뤄야 할 것이지만 이번 시험처럼 차를 몇번씩 갈아타며 시험을 치뤄보긴 오늘이 처음이었다. 앞으로 이런 시험을 많이 치뤄보고 싶다. 이번 경험한 "2007전국초중고등학교 논술경시대회"가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되리라고 생각든다. 열차는 드디어 곡성역에 닿고 있었다. 밖은 아직도 비가 오고 있다. 우리가 시험보러 가는 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