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람이가 시험보던 날 - 시골 아이들의 아주 특별한 나들이
지난 6월 9일 H법인단체에서 주관한 전국독서논술경시대회를 참가하기위해 전남의 한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광주행 버스를 타기위해 터미널에 모였다.
더 정확하게는 동신대학교 캠퍼스 내에 있는 동신여자중학교로 향한 게다.
지난 두어 달 동안 준비해 온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이다.
엄마의 배웅을 받으며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초조한 마음이 한층 심해진다.
화장실을 가도가도 또 오줌이 마렵기는 매한가지다.
논술선생님을 따라 나선 낯선 거리에 버스는 광역시인 광주로 내달린다.

동광주 나들목을 지나 문화동에서 내려 택시를 잡아탔다.
오 분 정도 탔을까?
타자마자 펼쳐지는 낯선 거리의 풍경들을 감상할 사이도 없이 우린 웅장한 한 대학교 정문 앞에서 멈춘다.
키 큰 언니 오빠들이 멀리서 걸어다니기도 하고 높은 건물의 창문에서 우리를 쳐다보기도 하는 것 같다.
승용차들이 줄을 서서 느릿느릿 걸음을 걷듯 지나가고 우린 가파른 동산길을 올랐다.
걸음걸이를 재촉할수록 긴장감은 오히려 나들이 가는 설레임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참 이상한 일이다.
시험은 목전인데도 이제 떨리는 마음은 어디갔는 지..
선생님이 시험 끝나면 우리한테 맛있는 것 사준신다고 약속한 게 떠오른다.
그리고 집에 남겨 두고 온 동생은 엄마 말씀 잘 듣고 있으려나 괜시리 궁금해지지 시작한다.
시험 시간엔 끝날 시간까지 자리에 앉아서 시험지를 보고 있으라고 신신당부하신 엄마 말씀이 언뜻 머리를 스치기도 한다.
시험장소는 금방찾을 수 있었다.
우리보다 먼저 온 사람들이 벌써 북적거리는 모습이 멀리서도 한번에 "아 저기가 바로 시험치를 곳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거의 대부분 아이들이 자기 엄마 아빠와 온 모양이다.
어른들이 웅성거리면서 자기 아이들에게 화이팅을 하는 모습이 부럽다.
나도 엄마 아빠가 갑자기 보고 싶어진다.
하지만 울엄마는 다섯 살 철부지 동생때문에 오실 수가 없다.
물론 울아빠도 지금은 근무 중이시다.
우린 각자 시험 볼 교실을 찾아 보았다.
우리학교에서 우리 네 명뿐인가 보다.
사람들이 웅성웅성거리는 소리에 다시 긴장감이 생기면서 마음이 두근거린다.
시간이 좀 남았지만 우린 일단 선생님만 남겨 놓고 모두 건물안으로 들어 갔다.
교실을 찾는 것도 그리 어렵진 않다.
여기는 동신여자중학교.
나도 이제 2년만 있으면 중학교에 간다.
미리 중학교 건물에 들어와 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


시험이 치러지는 동안 어른들은 운동장에서 또는 건물 밖 여기저기에서 우리들을 초조하게 기다리실게다.
우선 시험지를 받아들자 심호흡을 길게 하고 두 눈을 감았다.
시험치르기 전에는 반드시 초콜릿을 먹을 것.
언제부터인가 누가 먼저 퍼뜨렸는 지는 모르지만 우리들은 누구할것없이 그 규율 하나 만큼은 잘 지키도록 노력한다.
나도 집에서 아침에 초콜릿을 먹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시험을 잘 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필독서 여섯 권을 읽고 치르는 독서 논술 시험이다.
논술공부를 본겪적으로 한 건 이제 겨우 삼 년째이지만 아직도 논술은 어렵다.
방송반을 하면서 내가 그래도 책을 소개하는 리포팅을 하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자신감이 있다.
일단 시험이란 것은 '단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기회'이기 때문에 오늘도 최선을 다할것이다.

아 드디어 시험 끝나는 종이 울린다.
세시간이 벌써 이렇게 지나가 버렸다니 시험볼때마다 느끼는 건 늘 아쉬움뿐이다.
아이들이 우루루 시험지를 제출하고 문밖으로 나간다.
나는 그래도 엄마의 충고를 끝까지 따르고 싶었다.
그래서 제일 마지막에 일어나리라고 마음먹었다.
드디어 내가 일어서서 시험지를 감독 선생님께 드렸다.
창밖을 보니 오늘 햇살이 너무나도 밝다.
아까 시험치르기 전에는 못 느꼈던 날씨였는데.....
오늘의 날씨를 이제야 느끼다니..... 굉장히 긴장하긴 긴장했었나 보다.
시험치르고 나니 별거 아닌데.....
엄마가 부엌 어딘가에 숨겨놓은 사탕을 몰래 훔쳐먹고나서 고백했더니 오히려 잘했다고 칭찬해주셨을 때의 기분이다.
문제도 마침 내가 읽은 책에서 많이 나왔고 마지막 논술문제도 내가 읽은 책을 중심으로 작성하라고 하니 난 내가 답안을 작성하면서도 참 기특하다고 생각했다.
역시 난 재수가 좋다.
건물을 빠져나오니 선생님이 날 반갑게 맞아주셨다.
기분이 좋다. 지금까지 선생님이 이렇게 가깝게 느껴진 적은 일찌기 없었다.
선생님이 다른 때 보다도 더 예뻐보이신다.
'다정다감한 선생님 고맙습니다.'하고 마음속으로 인사를 드렸다.
오는 길에 선생님이 광주에서 제일 큰 빵집이라며 우리를 안내했다.
먹고 싶은 것 맘대로 고르라고 하셨지만 너무 배부르고 막상 더 많이 고르고 싶었지만 선생님께 죄송해서 참았다.
빵 팥빙수 아이스크림까지....
우리들에겐 이정도도 진수성찬인셈이다.
내년에 또 시험치르러 오자는 선생님말씀에 다시 생각해봐야겠다도 했는데 후회한다.
나는 그날 일기장에 이렇게 썼다.
"내년엔 준비를 더 많이 해서 반드시 또 시험을 치르러 올 것이다.
또 좋은 결과가 나올수 있도록 책도 많이 읽겠다.
오늘 하루 나에겐 아주 특별한 날로 기억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