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동창카페의 태풍피해소식을 접하며.....
제주도의 태풍피해가 장난이 아니다.
24년을 살아왔던 나의 고향 소식을 접할때면 늘 설레임과 반가움에 쌓였던 스트레스까지 날리곤 했다.
동창카페가 생긴지 넉달.
졸업생수는 60여명에 불과하지만 90%가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고 하루조회수가 세자리수를 기록할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 제주를 강타한 태풍피해소식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태풍이 육상하던 날 난 공교롭게도 이틀에 걸쳐 서울나들이를 했던바 열차와 전철안에서 하루의 절반이상을 보낸탓에 태풍이 지나간다는 소식조차 간과해버렸다.
이달 15일 오후 2시경에 호남선의 상행선을 타고 용산역을 향하여 전국논술경시대회 본선을 치르러 갔던것이다.
양재고등학교에서 서울의 모 초등학교의 이선생님으로부터 제주중앙초등학교에서도 동시에 치르기로 한 논술경시대회가 태풍때문에 연기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전국대회인데 동시에 치러지지못한 점이 좀 마음에 걸렸다.
엎친데 덮친꼴로 그곳이 바로 나의 고향제주라고 하니 한편 그곳 소식이 더욱궁금해지는건 사실이다.
며칠동안 빠쁜일정때문에 미루던 동창카페문을 두두리자 동창들의 태풍소식을 시시각각으로 들려주는게 아닌가.
눈이 동그래질정도의 사건들이 우리 고향동창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아닌가?
친정에 당장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께서는 태풍피해로 모종을 옯겨심은 지 얼마 안된 양배추밭에 계셨다.
양배추농사를 망쳤다는 소식과 함께 내가 아는 곳곳마다 물난리로 온통 마을이 우울하다고 한다.
얼마전 일간지 신문에 실린 제주도 한림읍 수원리에서 도로가 물에 잠긴바람에 급히 몰던 자동차를 내버려두고 대피하는 한 여성의 사진이 카메라에 잡힌 모습을 보니 고향의 물난리에 마음이 뒤숭생숭하다.
제주도의 재래시장인 동문시장은 이제 폐허된 모습이 뉴스에 보도되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기만하다. 다행히 복구작업에 군인들의 손길이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을터. 인터뷰에 응하는 상인들의 표정을 보니 나도 마음이 더욱더 심란하다.
아래 동창카페에 올려진 태풍소식들을 정리해봤다.
다음은 동창카페지기인 양통(양정우)이 올린 경험담이다.
9월 16일 오전 9시..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태풍이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서도 소형이라는 예보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초교 카페에 접속 친구들 글을 읽으면서쉬고 있었다.
오전 10시 30분이 되니까 내선 안내방송에 복도 유리창이 열려서 엘리베이터 안으로 물이 들어가면 엘리베이터가 고장 날 수 있으니 모두가 나와서 자기집 앞 계단에 물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쓸어 달란다.
모두가 자기집 앞 계단을 쓸고 있는데 갑자기 비상벨이 울리면서 지금 아파트 옆 하천이 범 람하여 지하
주차장으로 물이 들어가고 있으니 지하주차장에 차를 주차하신 분들은 속히 차를 이동 주차하여 주시고
집안에 흙을 담을수 있는 자재(마대, 봉투, 삽)들을 가지고 지금 즉시 1층 화단으로 내려와 주시란다.
나는 집사람에게 빨리 베란다 밑에 마대와 삽을 가지고 올 것을 주문하고 얼른 내려 가보니 집 앞 길이 바다와 같이 파도 치면서 흘러 가는게 장난이 아니고 겁까지 났다
그리고 밖을 보니까 몇몇 옆 아파트 주민이 나와서 발만 동동 구른다. 빨리 지하주차장 입구를 봉쇄 하라는 말을 건내 보지만 아무도 안나온다고 울먹거린다.
그리고는 지하주차장 차량이 다 빠져 나온 것을 알고는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어 화단에 흙을 마 대나 비닐봉투에 담아서 지하주차장 입구를 봉쇄하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몸에 피투성이가 되어 피가 흐르는 것도 모른체 일을 했던 분도 계셨던 것이다.
(이런걸 보고 미친듯이 라는 표현을 하는가보다.)
채 1시간도 안된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정신없이 응급대처를 하고 나니 옆 아파트 지하 주차장은 벌써 다 잠겼단다. 차량이 8대나 있고 한분은 차량안에
추석 대목 볼 수입품 물건이 5천만원 어치나 실려 있다고 울고불고 난리다. 그렇게 집어 삼킬듯한 물은 두시간이 지나면서 잦아들고 도로도 보이고 비도 잦아 든다.
정신이 없어서 못 봤는데 쌓아논 뚝에는 마대 이외에 입던 바지도 있었다. 참으로 눈 깜짝 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지만 그 찰나를 놓지지 않고 대처한 바람에
우리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오후 4시가 되면서 태풍 상황이 종료되고 바람 한점이 안분다. 참 언제 태풍이 지나갔냐고 할 정도로 고요하였지만 옆 아파트들은 난리가 아니고 책임 떠밀기에 바쁘다.
참으로 그 모습을 보면서 x묻은 개가 x넘은 개 마무란다는 속담이 생각났다.
참으로 겁나게 비바람 칠때는 나와보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회장은 뭐하는 사람이냐고 나무라고, 아비규환이 된 현장을 정리를 하다보니 옆에 사람들은 다 죽게 되었는데
자기네만 청소를 한다고 우리 아파트를 배아픈듯이 비꼰다.
참으로 상상하기조차 싫다.
우리 아파트 지하실에는 급수펌프..3개..천오백만원상당, 소방자동소화시설..5천만원상당, 자가발전시설..3천만원상당 이렇게 고가의 설비가 설치되어 있었다네...
만약 다 침수가 되면 재산상의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집주인들에게 배분되어 비용을 부담하여야 되었으므로 우리 아파트는 고생을 한 보람이 무엇보다도 컸다...
옆 아파트에 수리온 설비기사가 완전 정상화되어도 물에 침수가 됐던 장비는 제대로 가동 될리 만무하단다.
오늘 이틀이 지난 옆 아파트에는 물이 나오질 않고 지하주차장 치우기에 여념이 없고..인제서야 아파트 조직을 결성하쟌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건 이를 두고 하는게 제격)
모든게 평온을 찾아온 우리 아파트 사람들의 결속력은 더욱 돈독해져 이번 응급대처를 계기로 그냥 지나치며 인사를 하고 지나가던 사람들도
그 이후는 상냥하게 인사를 건네며 웃어준다..
물론 인력으로 어떻게 하지못해 큰 피해를 본 사람들이 이 글을 읽으면 자기네만 잘난채 할걸 자랑한다는 비아냥이 나올수 있지만 난 너무너무 가슴 뿌듯하고 자랑하고만 싶다...
<<우리가 취한 재난대처 요령>>
첫째로 침착하고 경험이 있거나 책임자 한사람(자치회장)이 리더를 해 주어야 하고 이사람저사람 우왕좌왕 하지 않도록 함.
둘째로 하는일은 분업화 해줌.(흙 나를 사람, 담을 사람, 쌓을 사람)
셋째로 초기에 차량을 동원 입구를 임시 막음.
이렇게 침착하고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면 막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
게메 장난이아니여 차 떠내려가고 집이잠기고 사람들이 실종되고 무서운 나리여 육지서만 듣던 상황을 우리가 겪으니까 심장이 벌렁벌렁 햄쪄 청심환 먹어사켜 칭구들은 어떻덜 되샤 졸들아점쪄 다들 건강허영 추석에 보자꾸나 ..... [1]
|
|
<다>다 엉망이다. 어제 10시쯤 목숨걸고 금능에서 제주시로 넘어왔는데 차가 물위로 둥둥 떠다니드라... 울 아들 하는말 "자기는 아직 죽을 나이는 아니래나 뭐래나"암튼 대단했다. 과수원에 애써 흙이며 축대쌓아놓았는데 오늘 가봤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졌드라. 이일을 어쩌노... 춘옥아 다시 비온단다. 지붕 빨리 막아야 겠다. 같은 불우이웃이 됐다. [1]
|
|
<면>면사무소에서 피해상황 올리라고 방송중이다.... 학교 바로앞에 면사무소가 있어서리 우리학교 상황-본관 천정유리창이랑 음악실,미술실 지붕이 다 날아가 버렸다..거기다가 토욜부터 정전에 단수에..어떻게 견뎠는지 지금도 아찔하네... 비바람은 몰아치고 깨진 유리조각 날리고 관사로 뛰어가지도 못해서 날라가는 옆건물에 모여서 발만 동동거리고... 정말 생각하고 싶지도 않네. 오늘오후부터 또 주의보라고 해서 어제 모두 옷가지러 갔었는데..... 성산에서 우리집까지 가는길 참 맘 아프더라 어쩌지  우린 오늘부터 또 갖히면 금욜 나갈수는 있을까 플리즈 [3]
어제는 태풍이 지나간 제주시 지역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오전까지 태풍과 부딪치느라고 애많이 먹었는데, 다행이 피해를 막을수 있었으나 오후에 시내를 점검차 가다가 곳곳에 도로가 물에 잠겨 500M 가다가 다시돌아왔다. 늦은시각 터미널쪽에 가보았는데 온통 도로에 물이 고였던 흔적으로 주유소, 농협, 병원, 상가건물등 곳곳에 침수피해에 온통 날리가 아니였다... 넘 가슴이 아파왔다. 우리 친구들에게도 아무 피해가 없기를 바라면서... 다음부터 태풍대비 철저히 합시다. 기상청 소형태풍이라 했지만 방심은 안돼요. 소형에서 ~ 대형으로 바뀌어 피해가 컷다오 [1]
자연의 힘 앞에서 나약하기만 한 우리 인간들의 세상.
더불어 사는 모습이 좋아 살다보니 정이 들고 아들딸 낳아 살림꾸리다보니 어느새 고향이 되어버렸네.
스무해 넘게 형제들과 오순도순 살아오며 갖은 추억을 만들었던 터전을 단 한차례의 태풍이 휩쓸고 가 버렸구나.
어찌하랴.
무섭고 서럽고 슬프도다.
허물어진 것들 원래 상태로 복구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돈 그리고 많은 힘이 필요할 터.
고향 하늘이 해맑게 웃던때가 마냥 그립다.
친구들아 힘내라.
복구작업에 전력을 다하고 있을 고향 친구들아 용기를 잃지말고 우리의 온전한 고향의 모습을 되찾아주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