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때 우린 그랬죠. 미처 2교시가 끝나기도 전에 도시락을 까먹고(고상하게 먹는다고 하지 않았죠) 3교시에 들어오신 선생님께 구박받기 일쑤. 지독한 김치냄새때문에 코를 쥐시는 선생님들께서 늘 하시는 말씀 "너희들 벌써 도시락 먹어치웠구나". 점심시간에는 매점으로 달려가 허기를 채우다가 7교시가 끝나면 학교앞 분식점에 쫄면, 냉면에 김밥.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가시지 않았던 그 시절.
그래서 저는 올망졸망한 반찬들이 예쁜 용기에 담겨있는 것을 보면 단박에 도시락 생각이 납니다.
반찬가지수가 많을 수록 좋죠. 양은 적은 게 맛있어 보이고 좀 세련되 보이도록 모양을 내기 쉽지요.
아무리 도시락이라고 해도 전채, 주요리, 후식, 이렇게 격식은 다 갖출 수 있어요.
모듬이니까 조금씩 담아놓으면 먹을 때 편하고 가지고 다니기도 편하니까요.
아래 1. 왼쪽 사진은
. 전채(에피타이저) : 키위, 토마토에 요플레를 뿌려먹을 예정인 샐러드
. 주요리(메인디쉬) : 삶은 소세지, 감자으깬 것.호박부침, 묵은김치볶음, 멸치볶음,총각김치,오징어/야채 부침
. 국 : 검은 컵안에는 맑은 멸치국
. 밥 : 팥/조밥
. 후식 : 식빵에 바른 딸기잼과 얹은 치즈. 에이스크래커
. 커피 : 인스턴트 카푸치노 한 잔
아래 2. 가운데 사진은 좀 더 가까이 찍은 사진
아래 3. 오른쪽 사진에 새로 등장한
. 집공터표 무공해 상치
. 알루미늄 호일안에 검은 콩자반
. 만든 고추장
. 오곡밥들은 선배가 찬조 준비해와 함께 나눠 먹은 반찬들입니다.



이렇게 먹고나서 몇 가지인가 세어보니 무려 17가지 이니 17첩 반상이면 임금님 수라상도 부럽지 않은 만찬 수준.
장마더위에 기분전환겸 소풍기분내기 딱 인 '도시락 만찬'. 서양의 파티가 부럽지 않죠.
매일은 힘들겠지만 어쩌다 한 번 도시락을 싸보세요.
대나무 바구니가 아니라도 좋아요.
예쁜 보자기에 화려한 꽃무늬 냅킨을 준비하세요.
멋진 모자를 쓰고 외출하는 거예요.
그리고 가족들에게 번개팅하자는 문자나 전화를 거는 거예요.
아이들, 남편과 혹은 친구, 부모님 누구라도 좋아요.
특별한 그들과 함께 그림같이, 영화같이
야외에서 만찬을 즐기시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