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엄마의 우렁찬 목소리가 핸드폰을 타고..
들여 옵니다.
" 봉투 큰 것 가지고 오고..찜통도 가지고 와 ..
어디 있냐면.."
" 알아요. 엄마 나..지금 많이 바빠요"
" 늦지 말고 와..정서방 어딨어.."
손님을 앞에 놓고 앉아 할 일은 아닙니다.
계속 이어지는 엄마의 우렁찬 목소리를 손님도
알아 듣고는 아무말도 안 하십니다.
" 끝나면 가요..걱정하지 마세요"
엄마는 늘 하실 말씀이 많습니다.
특히 오늘 같은 날에는요.
김장을 어울려 이모들과 같이 하십니다.
밭에서 수확한 배추를 포기 수도 모르고..무작위로
마구 담습니다.
그리고 열집 정도가 나눠 가지고 갑니다.
담궈진 김치는 또 여러 갈래로 나뉘어 갑니다.
각 집의 자손들에게 그득히 실려 보내니..
이 양은 만만치 않습니다.
대단하지요.
년중 가장 엄마가 대단한 사람으로 보이는 때가 이때 입니다.
왜냐면 엄마의 일 손은 무척 빨라서 말 나오는 양 만큼
손 놀림도 걸합니다.
그러니 엄마의 진가가 충분히 발휘 되는 때지요.
단..며칠전부터 아프다고 하십니다.
" 내가 삭신이 아파 죽겄다 "
" 가지 말아요. 하면서 아프다고 해.."
" 내가 안가면 누가 가냐..니가 갈래.."
" 아니..그냥 조금씩 담아서 먹으면 되잖아요"
" 누가 김치를 담어..값은 얼마나 비싸고.."
사실은 알아요.
엄마의 어린양이며..당신이 하고 있는 일들 중에 가장 큰
노고가 들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긋장을 놓아요.
왜냐면..너무 힘들어서..궁시렁 거리는 소리가..
어른들 모시고 사는 분들은 이 맘 이해 하실거예요.
ㅎㅎㅎ
해시가 끝날 무렵 전주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일 열심히 하는 동생이지요.
" 나 지금 들어가.."
" 그래 잘 들어가 "
" 아..힘들다.."
" 밥 먹었어?"
" 아니.."
그러면서 말은 이어집니다.
하루 일과 중 통화하는 시간은 많지만, 그때 그때 마다 다릅니다.
집과 일을 병행하는 여자의 치고, 힘들지 않은 팔자가 없습니다.
참..여자니까..두개를 같이 하지..
사실은 두가지 일을 같이 한다는 것이 참으로 대견하지요.
" 언니.. 왜 살어?"
" 그냥 산다 "
" 언니..나 요즘 00 때문에 살어.."
서른 중반에 낳은 아들을 이야기 합니다.
일로 마음으로 힘들다가도 십오개월 된 아들을 보고
위안을 삼는다는 이야기 입니다.
" 언니가 애들 때문에 산다더니 그 맘을 알겠어"
웃습니다.
" 얼마나 잘 먹는지 바나나를 주면 금새 먹고.."
바나나가 먹고 싶어지게 말을 이어갑니다.
" 이제 마트가면 00가 이거 잘 먹지..하고 당연히 바나나를
사게 돼."
맞습니다.
에미는 애들이 잘 먹는 입만 보아도 웃음이 나오고..
에미는 애들이 사오라는 것을 사다 주면, 기분이 제일
좋습니다.
한껏 시장 봐다 풀어 놓으면..달려 와 엄마는 아랑곳 없이
시장 바구니에 매달립니다.
" 엄마는 안보이지.. "
" 엄마! 나는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파.."
한참 성장하는 나이이니...당연하지요.
흐뭇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이게 에미의 마음입니다.
힘든 가운데도 가장 소중하게 느끼는 것들이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 웃는 얼굴만 보아도 힘을 얻습니다.
어떤 분들은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힘을 얻고..
어떤 분들은 쌀독에 쌀이 그득 담겨 있으면 힘이 난다고 합니다.
그 맛에 사는 것을 찾아 보십시요.
내가 힘 얻는 것을 찾다 보면..
세상 사는 맛을 알았다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엄마는 김치냉장고를 열어다 닫었다 하십니다.
아마도 김치를 보면 힘이 나는 가 봅니다.
그리고 쭉쭉 찢어 사위 숟가락 위에 올려주기도 하고..
내 숟가락 위에 올려 주기도 하고..
같은 이불을 덮고 자는 손자 위에도 언저 주십니다.
" 아주 맛있어요.."
정서방은 다물어지지 않는 입으로 추임새까지 넣습니다.
" 맛있어 할머니.."
손자도 맛장구를 칩니다.
수줍은 미소가 엄마의 얼굴에 그득해집니다.
아마..엄마는 이맛으로 삭신이 아픈데도 먹거리를
준비하시는가 봅니다.
그 맛으로 살어..
이..맛...세상 살이 중에 과연 나에게 힘이 되는 것..
잔뜩 움크리고 있다..훨훨 풀어 놓고..아무 사심 없이..
진실한 맛을 볼 수 있는 것..과연 무엇인가요..
진짜 힘들다가..
그것만 생각하면 웃음이 나는거..
그 마음이 극락이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오늘도 나는 극락으로 갑니다.
두손 무겁게 해가지고..
애들의 극락은 아마도 시장에 다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