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금주의 칼럼  
재미 있는 사주 이야기.  
그 맛으로 살어.. 희지
조회: 1478ㅣ 날짜: 2006.11.23

시골에서 엄마의 우렁찬 목소리가 핸드폰을 타고..

들여 옵니다.

 

" 봉투 큰 것 가지고 오고..찜통도 가지고 와 ..

  어디 있냐면.."

" 알아요. 엄마 나..지금 많이 바빠요"

" 늦지 말고 와..정서방 어딨어.."

 

손님을 앞에 놓고 앉아 할 일은 아닙니다.

계속 이어지는 엄마의 우렁찬 목소리를 손님도

알아 듣고는 아무말도 안 하십니다.

 

" 끝나면 가요..걱정하지 마세요"

 

엄마는 늘 하실 말씀이 많습니다.

특히 오늘 같은 날에는요.

 

김장을 어울려 이모들과 같이 하십니다.

밭에서 수확한 배추를 포기 수도 모르고..무작위로

마구 담습니다.

그리고 열집 정도가 나눠 가지고 갑니다.

담궈진 김치는 또 여러 갈래로 나뉘어 갑니다.

각 집의 자손들에게 그득히 실려 보내니..

이 양은 만만치 않습니다.

대단하지요.

 

년중 가장 엄마가 대단한 사람으로 보이는 때가 이때 입니다.

왜냐면 엄마의 일 손은 무척 빨라서 말 나오는 양 만큼

손 놀림도 걸합니다.

그러니 엄마의 진가가 충분히 발휘 되는 때지요.

단..며칠전부터 아프다고 하십니다.

 

" 내가 삭신이 아파 죽겄다 "

" 가지 말아요. 하면서 아프다고 해.."

" 내가 안가면 누가 가냐..니가 갈래.."

" 아니..그냥 조금씩 담아서 먹으면 되잖아요"

" 누가 김치를 담어..값은 얼마나 비싸고.."

 

사실은 알아요.

엄마의 어린양이며..당신이 하고 있는 일들 중에 가장 큰

노고가 들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긋장을 놓아요.

왜냐면..너무 힘들어서..궁시렁 거리는 소리가..

어른들 모시고 사는 분들은 이 맘 이해 하실거예요.

ㅎㅎㅎ

 

해시가 끝날 무렵 전주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일 열심히 하는 동생이지요.

" 나 지금 들어가.."

" 그래 잘 들어가 "
" 아..힘들다.."

" 밥 먹었어?"

" 아니.."

그러면서 말은 이어집니다.

하루 일과 중 통화하는 시간은 많지만, 그때 그때 마다 다릅니다.

집과 일을 병행하는 여자의 치고, 힘들지 않은 팔자가 없습니다.

참..여자니까..두개를 같이 하지..

사실은 두가지 일을 같이 한다는 것이 참으로 대견하지요.

 

" 언니.. 왜 살어?"

" 그냥 산다 "

" 언니..나 요즘 00 때문에 살어.."

서른 중반에 낳은 아들을 이야기 합니다.

일로 마음으로 힘들다가도 십오개월 된 아들을 보고

위안을 삼는다는 이야기 입니다.

" 언니가 애들 때문에 산다더니 그 맘을 알겠어"

웃습니다.

" 얼마나 잘 먹는지 바나나를 주면 금새 먹고.."

바나나가 먹고 싶어지게 말을 이어갑니다.

" 이제 마트가면 00가 이거 잘 먹지..하고 당연히 바나나를

  사게 돼."

맞습니다.

에미는 애들이 잘 먹는 입만 보아도 웃음이 나오고..

에미는 애들이 사오라는 것을 사다 주면, 기분이 제일 

좋습니다.

한껏 시장 봐다 풀어 놓으면..달려 와 엄마는 아랑곳 없이

시장 바구니에 매달립니다.

" 엄마는 안보이지.. "

" 엄마! 나는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파.."

한참 성장하는 나이이니...당연하지요.

흐뭇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이게 에미의 마음입니다.

 

힘든 가운데도 가장 소중하게 느끼는 것들이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 웃는 얼굴만 보아도 힘을 얻습니다.

어떤 분들은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힘을 얻고..

어떤 분들은 쌀독에 쌀이 그득 담겨 있으면 힘이 난다고 합니다.

 

그 맛에 사는 것을 찾아 보십시요.

내가 힘 얻는 것을 찾다 보면..

세상 사는 맛을 알았다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엄마는 김치냉장고를 열어다 닫었다 하십니다.

아마도 김치를 보면 힘이 나는 가 봅니다.

그리고 쭉쭉 찢어 사위 숟가락 위에 올려주기도 하고..

내 숟가락 위에 올려 주기도 하고..

같은 이불을 덮고 자는 손자 위에도 언저 주십니다.

" 아주 맛있어요.."

정서방은 다물어지지 않는 입으로 추임새까지 넣습니다.

" 맛있어 할머니.."

손자도 맛장구를 칩니다.

수줍은 미소가 엄마의 얼굴에 그득해집니다.

아마..엄마는 이맛으로 삭신이 아픈데도 먹거리를

준비하시는가 봅니다.

 

그 맛으로 살어..

이..맛...세상 살이 중에 과연 나에게 힘이 되는 것..

잔뜩 움크리고 있다..훨훨 풀어 놓고..아무 사심 없이..

진실한 맛을 볼 수 있는 것..과연 무엇인가요..

 

진짜 힘들다가..

그것만 생각하면 웃음이 나는거..

그 마음이 극락이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오늘도 나는 극락으로 갑니다.

두손 무겁게 해가지고..

애들의 극락은 아마도 시장에 다 있을 것입니다.

 

 

 

 

 

 

 

 

 

 

댓글(5건)
명심보감   l  2006.11.30 10:11
저도 우리아들 입에 밥들어 가는 것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오더라구요
희지님의 글은 항상 공감이 되는군요 따스하기도하구요
가득 김장해서 넣어 두고 기분 좋은 겨울을 보내고 있네요
로니카   l  2006.11.28 03:11
또 한참을 생각합니다.그냥 아이들이 젤루 맘에오니 아이들이라 생각합니다.지금은 깊음을 모르겠습니다.무엇이 어디에 닿아있는지도.......진정...어디에서 웃음짓는무엇이 있음합니다.
라일락   l  2006.11.24 04:11
전 쌀과 계란 한판을 사다놓으면 가장 행복하답니다 물론 김치두요 ^^*
겨울바다   l  2006.11.24 12:11
님의 글을 읽으면 바로 제 이야기 같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하지요 난 무엇으로 사는지 ~~
애들때문 맞습니다 ㅎㅎㅎ
pretty   l  2006.11.23 11:11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이 때문에...
살지요...|||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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