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우리 큰 아들 초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 자랑을 하려고 해요
지금은 너무도 먼 영등포구 신길동 대길 초등학교로 전근을 가셔서 자주 뵐 순 없지만
언제나 떠 오르는 그리운 얼굴이지요
그 뵙고 싶던 선생님이 오늘 점심을 사준다며 전화가 오셨어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맛 있는 음식을, 그것도 모자라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그윽한 향의 커피까지..
제 큰 아들 이야기를 먼저 이야기 해야겠네요
이제 10살 초등학교 3학년
제 블로그를 보신 분은 알겠지만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정말 엉뚱한 녀석이에요
유치원 친구 엄마들로 부터 돈을 싸 놓고 학교에 보내야 겠다는 말을 여러번 들은 저로서는
제가 학교에 입학하는 것처럼 긴장이 되었어요
설상가상으로 보기만 해도 냉정함이 묻어나는 학년 주임 선생님이 제 아이 담임 선생님이 되었어요
키로 번호를 정하는데 1번이 된 저의 아들이 줄 서기를 거부하니 제 마음이 오죽 답답했겠어요
같이 한반이 된 친구 엄마들이 아무리 달래도 입만 삐죽 내밀고는 끝내 줄을 서지 않는거예요
아이를 두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마치 제가 죄인이 된 양 얼른 그 자리를 피하고 말았답니다
다음 날 아침 아이를 데리고 등교를 한 저는 선생님 앞에서 왜 1번이 싫은지를 아이에게 물었어요
이유인 즉 자기가 키가 제일 작지도 않은데 왜 1번이냐며 앞에 앉는 건 싫다고 하네요
중간쯤 앉아서 장난도 치고 하고 싶은일도 하고 싶다고요
아이쿠 전 괜히 왔다 싶었는데
선생님 말씀이 "00야 난 네가 눈이 총명해 보여서 심부름도 시키고 친해 볼려고 1번을 시켰는데
넌 싫으니? 지금 우리나라 대통령이 키가 커서 그 높은 자리에 계시니? 네가 중학생이 되면
엄마 아빠 보다 키가 더 클텐데 그렇다고 네가 인격적으로 더 훌륭한 사람이니?
기다려 줄께 네가 1번이 되고 싶으면 그때 말해라 그러나 다른 친구들이 1번을 갖고 싶어 하니
너무 오래 기다리진 말게 해라"
선생님은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신거지요
당연히 우리 아들은 1번을 흔쾌히 받아들이곤 키가 작아서 1번이 아니고 눈이 총명해서 1번이라며
자랑스러워 했어요
또 한번은 이런일이 있었어요
아들 친구로부터 아들이 교실에 있는 종을 깨뜨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당시 일을 가지고 있던터라 여느 엄마들처럼 아이 학급에 신경 쓸 여유도 없었고
더욱이 무언가를 갖다 드린다는 건 제 양심에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지요
그래도 우리 아들이 미움 받을까봐 걱정은 되는거예요
종을 망가뜨렸다면 배상이라도 할 요양으로 전화를 했는데
"어머니 이런일로는 전화 안 하셔도 됩니다 남자 아이들 호기심이 많은 건 당연하지요
유난히 00가 호기심이 더 많을 뿐 고쳐서 쓰면 됩니다"
전 그날 요즘 선생님들에 대해 떠도는 좋지 않은 이야기들을 믿지 않게 되었어요
자유로운 아이 성향때문에 대안 학교를 보낼까도 여러번 생각했던 저는 아무 탈없이
흥미를 갖고 학교에 다니는 지금의 아이를 보면서 결초보은 하고 싶은 생각뿐이지요
아쉽게도 1년후 전근을 가셨지만 가끔 문자를 주시더니 오늘 드디어 연락을 주셨네요
억만금을 다 드려도 아깝지 않을 선생님에게 근사한 점심까지 대접 받고 보니 아들 마음을
이제야 조금 알것 같아요
아이는 선생님의 칭찬과 배려에 자기가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그리고 조금씩 소중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을 했을 거예요
"남의 아이와 비교하지마세요 소중한 내 아이만 보세요 제가 100점을 주는 기준은 조금 틀립니다
100점이 아니더라도 노력을 해서 90점이라면 그 아이는 100점입니다 더 잘하라는 용기를
주려구요 그러나 100점을 맞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아이가 90점이라면 90점입니다 자만하지
않게 하려구요 "
학부모 총회때 또렷이 엄마들을 응시 하며 하시던 말씀이 귓전에 맴도네요
오늘 밤 전 아이에게 편지를 쓰게 했어요
그 어떠한 선물보다 선생님을 생각하는 제자의 마음이 담긴 글이 최고의 선물임을 알고 있으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