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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있는 사주 이야기.  
숨통. 희지
조회: 2514ㅣ 날짜: 2007.11.07

" 연예인 할 거예요..하고 싶어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그녀가 말했다.

 

보아하니...연예인 할 상은 아니었다.

 

계속 손톱을 물어 뜯고 입술을 만지작 거리며..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해요..라고 말하는 거 같았다.

 

" 점 이예요?.....여긴 얼마 받아요?"

 

맹랑한 그녀의 목소리가 청량하다.

 

그래..무슨 말이 필요하랴..

 

" 생년월일 대 봐요"

 

어쩌구 저쩌구..

 

" 음...손목 좀 줘봐요"

 

맥을 짚으니..약하디 약하다..

그리고 놀랜 흔적이 영력했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할까..어떤 시작을 할까..

 

혼자 뇌까리는 내머리가 고슴도치처럼 바짝 섰다.

 

" 뭐가 그렇게 불안하니.."

" 그래 보여요?"

" 그래..그래 보여.."

" 맞아요..저 불안해요..제 몸에 귀신도 있어요.

  저..정신병원 약도 먹어요."

" 그래..그럼 묻자..내가 어떡해 보이니.."

" 음...음..."

 

눈을 가늘게 뜨고 뭔가를 열심히 생각한다.

그러더니..

" 아들 속 썩이지요..남편도 속썩이고 있고..

  딸은 좀 착한데...나중에 딸도 무척 속썩여요.."

" 머리속에서 그런 말들이 떠올라?"

" 내..나의 수호령이 나에게 알려줘요.."

" 그래..그렇구나..그럼 정신병원 약은 언제부터

  먹었어?"

" 한두달 되었나..잠 안올때 먹으면 직방이예요"

 

입술에 핏빛이 비친다.

여린 입술의 살빛이 심장소리와 함께 내 가슴에 박힌다.

 

" 답이 안나오지요..저두 알아요..제 팔자 개판인거"

" 엄마는..."

더 심하게 입술을 문다.

 

" 엄마가 없네..엄마 어디 갔어?"
" 그년 말 하지도 말아요..나쁜년이예요.."

" 왜.."

" 그년 때문에 네 인생이 이렇게 되었어요.."

" 그럼 아빠는.."

....

 

" 아빠...우리 아빠..."

눈물이 빙그르 돈다.

 

" 불쌍해요..우리 아빠..그년 때문에 정말 불쌍해요"

 

어둑해지는 밖의 전경은 버티칼 색을 진하게 만들어 놓았다.

 

어릴적 엄마는 남자를 집으로 끌여 들였다.

학교에 갔다 온 아이는 엄마와 다른 남자와의 밀애를

보았고...그 뒤 커다란 충격에 휩싸이게 되었다.

출장이 잦은 아빠는 매일 가방만 들고 나가는 것이

일이고..엄마는 가든 말든...늘 투덜거리는 것이 일 이었다.

 

그렇게 세월이 간 것이다.

 

" 엄마가 저 보고 미친년 이래요..저두 알아요 미친년인거"

" ...."

" 선생님..저 물 좀 줘요"

" 음..그래.."

물을 따라 준다.

" 책이 참 많네요..이 책 다 읽었어요?.."

" 대충...."

" 와.. 한문이다..한문 알아요?"

" 글쎄...."
" 에이..이거 보니까 잘 쓰네요..."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 저..남자 친구 있는데..."

핸드폰을 열어 보여준다.

" 음..잘 생겼구나.."

" 나..그애 없으면 못 살아요..얼마나 귀여운데..두 살 연하예요"

수줍게 웃는다.

 

" 근데 선생님..왜 남자들은 저만 보면 자자고 그래요?"

큰 한숨이 이렀다.

" 어이구..왜..그러지!"

" 꼭 자고 나면 차요....어릴때부터 그랬어요"

입술이 아프겠다.

" 입술 깨물지 말고 손 좀 줘봐"

" 왜요..손금도 봐줘요?"

좋아라 하며 내민다.

 

손을 다독이며 그랬다.

" 다 예쁘네..근데..왜 마음이 작지?"

물끄러미 쳐다본다.

" 몸 속에 마음이 있어..근데..그 마음이 커다랗지 못하고

  작단 말야.."

" 알아요..저 귀신 들어 있는거.."

" 그거 귀신이 아니고 마음이 말하는 거야.."

" 어..귀신인데.."

" 아니야..귀신이 아니고 마음이야..엄마 그리워 하는 마음.."

" 저 엄마 싫어해요.."

손을 쑥 뺀다.

 

" 이제 선생님이 말을 할께..그래도 될까?"

" 설교는 싫어요..많이 들어서.."

" 너도 말했으니까..나도 말을 해야지..그치.."
" ...."

" 사람이 혼자 있다 보면 무섭거든..

  그래서..혼자 있는 사람이 또 다른 친구를 머리 속에서 만들어

  내놓는데..그 친구가 아마 말을 할거야.."

" 무당이 귀신이라고 했는데.."

" 아니야..그럼 귀신이면 귀신 같이 맞춰야지.

  아까..선생님 이야기 물었지..선생님 생활은 그 반대인데..

  아들도 공부 잘하고 예쁘고..선생님 남편도 속 썩이지 않고..

  딸도 착하고.."

" 거짓말.."
" 난 거짓말 하는 사람을 제일 싫어해요..

  그래서..이말을 알아 들을지 모르겠는데..

  사람은..자기가 보고 싶은 눈으로 세상을 보면서 살아..

  자기가 처해진 환경..자기가 겪고 있는 일들..

  자기가...말하고 싶은 말만 하면서..자기 마음대로..

  무슨 말인지 알겠어?"

" ..."

" 지금의 생활이 너무 힘이들고 어려우니까..지금..보이는 것이

  다 그렇게 보이는 거야.."
" 엄마가 저보고 미친년이라고 했는데..그럼 엄마도 미친년 이겠네요"

" 그건 엄마가 잘못하신거지.."

" 엄마는 매일 저보고 미친년이래요.

  뭐든지 잘못했다고 그러고..죽으라 그러고..저년 때문에 내가

  미친다고 그래요..나는 엄마 때문에 미치겠는데.."

 

숨통이 막힌다.

" 미친년이 왜 남자를 끌어 들이고...아빠도 바람 피고..엄마 바람 피고..

  매일 싸우고...싸우다가 나만 보면 나 때리고..

  내가 어쩌라고..나는 어쩌라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

" 내가 뭘 잘못 했어요? 나 머리 나쁜 것도 알고..나 바보 인것도 알고..

  나..남자도 많이 만났어요..그래서 애도 몇 번 땟어요.."

" 잠깐...00아..잠깐..우리 진정하자"

" 참..다들 말이 막히면 그러더라..치사하게.."

 

누구의 잘못이랴..

무엇이 잘못 되었으랴..

 

오지랍 넓은 년은 건들어 놓은 상처를 추수리지 못해

가슴만 답답하고 어둑컴컴한 날씨는 자꾸 냉기까지 엄습한다.

 

" 00아...남자 친구 이야기 좀 해줘..그 친구 이야기 좀..듣자.."

" 음..귀여운 놈.."

 

사람의 잠재의식은 차곡차곡 쌓아두는 것이 많다.

그 잠재의식을 풀어주지 못하면 살면서 자꾸 되짚게 된다.

 

또 다른 망상의 비슷한 나를 만들어 그의 지시를 받는 것이다.

더불어 존경해야하고 사랑해줘야 할 사람이 없으니..

그것에 대한 애정의 결핍도 있는 것이다.

 

아빠..엄마...

 

이 기막힌 인생의 일대기 위해..그들이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

 

아무리 사회적으로 유능하면 뭐 할 것이며..

아무리 돈과 명예만 있으면 뭐 할 것이냐..

 

지금..내 딸 내 아들은 너무나 큰 웅덩이에 빠져 부모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어제의 시간은 차곡차곡 갔지만..내 마음은 여전히 미궁이다.

 

" 선생님..다시 와도 되요?"

" 음.."

" 돈 줘야지.."

철이 없는 그녀를 보며 그녀의 엄마를 연상한다.

아마 그녀의 엄마도 그녀와 같은 모습으로 서 있었겠지...

 

" 가서 남자친구랑 맛난 것 사먹어.."

 

남자친구 이야기만 하면 싱글벙글이다.

 

" 대신..내일도 와야한다..알았지.."

 

아직 답답한 숨통은 트이지 않고 한숨만 폭폭히 나온다.

 

그녀...오늘도 어딘가에서 날개짓을 하겠지..

 

그녀의 날개짓은 어제 쯤 힘겹지 않을지..

 

부시부시한 얼굴이 오늘은 좀 더 늙었다.

 

 

 

 

 

 

 

 

 

 

 

댓글(2건)
꽃다리   l  2007.11.21 03:11
처음으로 구경왔다. 굽이굽이 인간사를 둘러보고, 오늘도 민생고에 허덕이는 내 처지를 위로 합니다. 아둥바둥 열심히 살았는데, 현실은 나를 너무
지치게 만드네요.
무영심   l  2007.11.08 09:11
가슴 한 구석이 찡 하네요...늘~ 따뜻한 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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