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냐.."
" 네...그러는 분은 누구신가요?"
" 나다 나.."
가만히 귀 기우리고 들었다.
누구실까..
대뜸 전화해서 너냐 라고..하는 너는 과연 누구길래
이 뜨거운 여름날 나를 호기심 어리게 하느냐!
" 성함을 좀.."
" 어머..00다 전화기에 메모리 좀 해놓지"
" 아...그래.."
" 이제 알겠냐.."
" 어..뜨악했어..얘..이제 좀 "
" 뭔 말 할라구"
" 아니..고맙다구..전화해줘서.."
들이대는 폼사에는 어쩔수 없다.
" 너 아는 스님 많지 "
" 그런데.."
" 내가 아들 낳는지..아닌지..알려줘라 "
" 뜬금 없이 전화해서 무슨 아들 타령이야 "
" 아들 낳으면 하나 더 낳고..아니면 말게.."
" 참..그런 질문는 안 받으시지.."
참하게 생긴 이 친구는 어릴적 깨댕이 친구다.
얼굴도 이쁘장하게 생겼고..인동초 같은 면이 많다.
그런데..이 입이 방정이라 얼굴값만큼 나오는 소리는
늘 어느 한 개선에서 멈춰진다.
왜 그런지..상식이 없어서 일까!
그런데 갑자기 아들 타령은...
딸 둘을 낳고 열심히 정말 열심히 이 친구 달렸다.
난 가끔 이 친구를 생각하면 마음이 싸한 감을 느낀다.
무조건 잘해주고 싶은 기분..
그렇다고 이 친구가 나보다 못하다는 것은 아니다.
부(富)도 있고 남편도 잘 나가고 애들도 곱다.
그런데 왠지 어릴적부터 무조건 좋은 눈으로 이 친구를
바라 보는 이유는 무엇인지 나도 모른다.
가끔 친구들은 나에게 너 왜 그러냐..
왜 제한테는 맥을 못 추냐..
이상하다..라고 말하지만..이유가 뭔지..
이래저래해서 달려온 친구는 내 앞에서 마른 모습으로
앉아 있다.
천둥이 더운 열기를 잠시 시키고 지나갔다.
" 복비 얼마줘"
" 안 줘도 돼..온 이유 말하세요"
" 얼마 주냐니까!"
" 이년이..너 말 이쁘게 안 할래.."
" 알았어.."
" 이제 좀 품위 좀 있어라..나이가 몇개니.."
" 알았어..알았다구..나쁜년아"
찍하면 말도 못 붙힐 것이 왜 그렇게 앙탈은 부리는지.
그래도 이쁜년은 이쁘다.
" 00야..내가 있지..애가 생겼어?"
" 뭐!"
" 몇달전에 남편 수술 했는데..근데 생긴거야 "
" 너.."
" 아냐..아냐..나 정말 아냐.."
" 진짜 아니지..."
" 아냐..내가 미쳤어..그렇잖아도 남편이 병원가서 알아봤어"
" 그럼 뭘 생각해..나야지"
" 그러니까 아들인지 딸인지 알자고.."
" 그런말을 어떡해해....그리고 몰라.."
" 야..나 아들 아니면 못나..나 정말 싫어.."
" 이년이..애기가 들어..너 무식한 소리하고 있는 거야 "
" 니가 내 마음을 알어?"
" 너..생각을 해봐라. 그 와중에도 에미라고 찾아온 생명을
뭔 죄로 지우려고 해..너 죄 받어"
" 그러니까 니 말의 요지는 딸이라는 거지"
" 딸이든 아들이든 전체적 상황을 이야기 하는 거야.."
" 아냐 딸이라고 말하는 거야 "
아 슬프다.
" 00나..잘 들어..니 지금 마음은 죄라는 것은 알고..
마음이 이러면 안된다..근데 체면이나 남들 이목내지
이런 것 때문에 너 지금 망설이잖어. 내말이 맞지"
" ..."
" 왜 니 마음을 속여..에미가 새끼 보호하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하늘의 이치야..근데 뭐 때문에 망설여..만약 지우고 나면
나중에 그 마음의 상처는 무엇으로 치유하며 살래...세상 이치는
하나 생기면 그 값이 다 있고..그 값을 치루다 보면 얻어지는 것도
많고..두루 행복해지는 것도 많어..그게 업이라는 것이다.."
" 싫어..싫다구..딸 셋은 싫어"
" 내가 딸이라고 말 안했어..니 마음을 이야기 했지..니 마음..지금
너의 본심을 이야기 하잖아"
" 흐응.."
운다..운다..눈물이 볼을 탄다.
" 나 자신 없어..나 진짜 자신 없어..친정 식구 건사하기도 바뻐..
엄마..오빠 동생들..나..거기 치닥거리하는 것도 힘들어..
이제 자식까지 많이 낳아서..어쩌라고..우리집이 우리아파트에서
관리비 가장 많이 나오고..너 세탁기가 두개인 집 봤어? 우리집이
그래..내가 집에 없어도 우리집은 늘 풀로 돌아가..늘 뭔가 진행을
한다구..나이 먹은 오빠, 집도 없는 오빠 ...집도 내가 사줘야 할 판이고
엄마는 죽으나 사나 나하고만 산다고 그러고...나 힘들어.."
"...."
" 그런데 이제 애까지 하나 더 있어봐..어쩌라고 어쩌라고.."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내 손톱 밑의 가시가 가장 큰 아픔이라고 했던가!
친구가 지니고 있는 이 아픔이 왜 이렇게 눈물을 만들어
내는지 모르겠다.
없는 친정..가난한 친정..징글징글하게 열심히 살아도..
왠지 나만 열심히 사는 것 같은 자괴감이 한쪽 모서리를 친다.
" 그러니까..아들인지 딸인지나 봐 줘"
" 00아..아들이야..낳아.."
" 진짜 아들이야?"
" 그래 아들"
숨을 쉬게 하고 싶었다.
큰 숨을 쉬게 하고 싶었다.
이 친구 자리에는 친정식구 밖에 없다.
앉은 자리가 엄마요...인정이 많으니 자기 가족들 꼬질꼬질 한것은
못보는 성격이라..그냥 친정만 생각한다.
남편도 안중에 없다.
왜냐면 앉은 자리에 인수..대단한 친정엄마가 앉아 있으니까!
본인 보다 더 강한 엄마가 있으니까!
이게 동양의 심리학이 아니고 뭐겠는가!
" 순아..이제는 좀 내려놔..좀 편해져..니 맘 아는데..
좀 편하게 살어. 너 그 맘속에 한 무엇으로 다 씻을래.."
" 정말 힘들어..좀 조용히 살았으면 좋겠어"
" 그래..."
그래..나도 그래..나도 그러고 싶어..
" 하루 종일 빨래통은 돌아가지...조카들 다 와 있지..
동생들 매일 오지..매일 내 입에선 좀 조용히해..
라고 그러지..나도 왜 이렇게 독해졌나 몰라 "
" ..."
" 나도 멋있게 살고 싶어..남편 눈치 안보구..시댁 눈치 안보고..
그래도 이제는 시댁 눈치는 안본다.."
" ..."
" 나 아들 이어야해..아니면 안 낳을 거야 "
" ..."
여자의 마음이 어떤 애환에 젖는다.
살다 보니..이것저것 가릴것 없이 그렇게 젖어 버린다.
하루 한날..그 그늘에서 벗어 날 수 없는 상태..
어릴적부터 돈 벌어 좋은 옷..멋 한번 못 부려 보고 친정
건사하며 살다..남편과 사내 결혼해서 꼭 십년을 넘게
새벽 바람 맞으며 직장 생활한 한 여인이 그렇게 애환에 젖는다.
협조라는 말이 있지.
아무도 협조해주지 않는 막연한 상태..
그렇게 세월은 흘렀다.
" 아.그래도 좀 시원하다.."
" 맛있는 거 사줄께 뭐 먹을래.."
" 나 못 먹어.."
" 그래도 먹어...뭐 사줄까!"
" 너 바쁘잖어.."
" 안 바뻐"
그 인연의 고리를 끈으면 아무것도 아닌데..
업 따라 일궈진 인연이 있다라는 전제 때문에
엉키고 설키어..자꾸 침몰하게 만든다.
그릇은 작은데 자꾸 담기만 하니..그도 힘들고 지리하다.
" 순아..넌 엄마잖아..친정이 먼저 아니고 이제 엄마가 먼저야
그리고 넌 강하잖아..나중에 그 아이가 커서..큰 노릇 할거야"
" 싫어..아들 노릇 나 하나로 족해..진짜 싫거든"
" 그게 니 복이야..아들 노릇하라고 주신 복..
니 엄마 만약에 너 없으면 무슨 낙으로 살았겠니..
만찮가지로 니 자식들도 너를 보고 살아.
니가 반듯한데..뭘 걱정해"
" 너..도통했냐.."
" 도통해서 뭐 할래..그냥 여기 앉어서 사람들 보니까 그렇더라..
병을 가지고 있어야 사는 사람도 있어..아프다고 병을
쏙 빼버리면 그사람 그자리에서 죽어...애기 낳아...너 힘든 중에
웃을 일 만들어 줄라고 하늘이 주신 선물이야..알어!"
" ..."
" 나 팔년만에 애기 갖었을때 하늘이 옳게 보이지 않더라.
꼭 죽을 것 같더라..일은 빨래 걸린 듯 하고......"
목이 메였다.
" 근데 지금은 그것 때문에 웃어..얼마나 이쁜지 몰라..
하루 종일..막둥이 생각하면 그저 고마울 따름이야..
그리고 용감해져..아주 많이..진짜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자식이 그렇더라.."
" 애 낳아서 안되는 집도 있잖아"
" 그게 왜 애 탓이야...사람은 좋은 맘을 먹고 살면 좋은 신이
와서 도와주게 되어 있어...좋은 신이란 정신..주최...너는
좋은 신이 많이 도와줄거야..걱정하지 말어"
" ..."
" 니가 이럴수로 애기가 꽁한다..미안하다고 빌어..미안하다
그리고 똑똑한 아이 낳고 싶거들랑 지금부터 열심히 공부해
마음 공부..사랑하는 공부...세상 보는 공부..
알았어! 너 이러면 진짜 무식한 거야.."
아주 쉬운 것을 사람들은 모르면서 산다.
조금만 알면 다 넉넉해지고 좋은데..그것을 모르고 산다.
왜냐면 이기적이니까..내 마음 나도 모르는까..
문득..내가 속으로 울고 있었다.
다 놓은 줄 알았는데..이 친구가 날 울린다.
아마도 몇해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아 그랬나보다.
집에 가니..엄마가 쪼글쪼글해서 나를 본다.
애들 보다가 지쳤는지..더 쪼글거린다.
그러다 베시시 웃는다.
어머..
앞니가 나갔다.
엄마 왜 그래!
그냥 부서졌어..
어휴 이게 뭐야..
괜찮어.
어머..
또 몇백 들어야겠다.
이빨 다 해 넣으면..쪼글거리는 얼굴이 펴지겠지..
근데 빈 주머니는 운다.
막내가 엄마 하고 품에서 부빈다.
꼭 안으며...
엄마는 잘 할 수 있어...
몇해 뒤...또 다른 나는...저기 어디서 이런 주술을
외우며 있겠지..
엄마는 잘 할 수 있어..
친구야..걱정하지마...넌 큰 복덩이를 품고 있는 거야.
친구에게 문자는 날렸다.
사람은 벌을 무서워 하지만..
죄를 짖지 않으면 벌은 무섭지가 않다.
조금 있으면 백중이다...뿌리에서 울리는 파장..
나는 어디서 왔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