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요..이런 말 까지는 안드릴려고 했는데요."
깊은 한숨이 전해지고..
" ...."
" 네...괜찮으니까 말씀해 보세요.."
" 잠자리를 안해요..이건 키스만 해도 더럽다고 해요..
내가 혼자 정절 지키자고 결혼한 것은 아니잖아요"
오...또 말이 깊다.
" 글쎄요...물론 부부지간에 그것이 중요 한 줄은 알지만...
애들 엄마도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거예요
무턱대고 그럴 성격도 아니고, 깔끔한 성격인데..
그 성격에 상처를 받아서 그럴 수 있으니까..우선은
속 깊은 이야기를 해요."
" 뭔 상처요..결혼한 여자가 남편을 거부하는게 말이
됩니까! 내가 뭘 못해 줘서 그러는지..매일 뚱해 있고
무슨 말만 하면 눈물이나 찍찍 흘리고..
진짜 이혼 할랍니다.."
속으로 말했다.
그래 이놈아 이혼해라..니가 그러니까 니 마누라가
숨통이 막혀서 마음을 안 열어 주는 거다..
여자가 잠자리를 안 할때는 애들의 아빠인데도..
안 할때는 무조건 니 놈 잘못이여..
왜 그런줄 알어..꽃이 괜히 피냐 물 주고 사랑 줘야 피지..
나쁜놈아...물도 줄때 줘야지 아무데나 물을 주면 되냐..
니 마누라는 그래도 자존심이 있어서 그런 것이야..
과분한 줄은 모르고..
라고 시부렁거렸습니다..비겁하게 속으로..
" 내가 돈도 따박따박 같다주고.."
" 얼마 같다 주시는데요.."
" 왜요?"
" 내가 편하게 생각되면 말씀해 주세요"
" 많을 때는 백만원도 같다 주지요.."
" 네..그러세요.."
의기양양해서..
" 그런데도 매일 얼굴이 구정물 통을 삶아 먹은 얼굴 입니다
죽어라 일해서 같다 줬더니.."
무조건 듣는다.
말의 흐름이 있어 쉬는 시간도 있는데, 쉬는 시간이 없는 것을
보니 말문이 터졌다.
난 계속 글씨를 썼다.
갱지에 여편네도 쓰고...나쁜놈도 쓰고..백만원도 쓰고..
말끝 마다 뱉는 더러워서..도 쓴다.
내 붓은 여러가지로 내 스트레스를 풀어 준다.
완전 고급낙서다..
얼추 끝날 때쯤..
" 이제 제가 말씀 드릴게 있습니다."
" 네..."
힘은 들었나 보다 전화 속 저편이 흐릿해지는 것을 보니..
" 이 와이프랑 이혼하시면 지금까지 일군 재산 다 잃어요"
" ..."
뜨악했겠지..
" 이 마나님이나 하니까..00씨 돈 모아 그렇게 건물 지은
거예요..잘 생각해 보세요"
" 아니..내가 일해서 먹고 사는데 왜..돈을 잃어요?"
" 내 말이 만나 틀리나는 이혼해 보시면 알아요....
그리고 만약 00씨가 전화 안하고 마누라가 전화했다면
저는 이혼하라고 해요..왜냐면 어디가서 백만원 값어치도
안되냐고 물어 볼 거예요.."
" ...참.."
" 사주는 틀리지 않아요. 여자분이 신수가 고된 사주라
00씨 만났지..그 기운만 좀 잘 풀었다면 갑부집 마나님
소리 듣고 살 사주예요."
" ..."
" 부모에게 받을 재산도 많지요? 땅도 있고..집도 있고..
부자구만..그 복이 다 마나님 심성으로 일궈진 걸 모르고
계시네.."
"...."
" 깔끔한 성격이라 큰며느리 노릇 잘 하고 애들 건사 잘 하고..
말수가 적어 말이 없다 뿐이지...여우 노릇 좀 못했다고..
그걸 가지고 탁박하시면 어떡해요.."
" ...허.."
" 00씨 세상은 아롱이 다롱이 다 있어요..왜 그사람의 마음이
그렇게 되었나..라고 생각해 봐야지요..여자 마음이 다친데는
분명 이유가 있어요. 처음부터 그랬던건 아니잖아요..
처음부터 그랬다면 애들 둘은 땅에서 쏫았나!"
" 그야 물론..."
" 00씨 여자도 있어...지금도 있구만.."
" 그런것도 나와요?"
" 혈기가 왕성하니 그 마음 풀데는 여자밖에 없으니 여자가 있지..
근데 그 여자도 다 흘러 가는 여자예요...나이도 연상이네.."
아무말이 없다.
본능을 숨기란 말은 하지 않겠다.
그래도 그 본능 뒤에 남편으로써의 도리는 알자 이말이다.
" 지금까지 군말 안하고 백원을 같다 주든 오백원을 같다
주든 .."
" 아니 백마원은 같다 줬어요!"
" 아니 예를 들자 이 말이예요. 이렇게 저렇게 가정 살림 잘 하는
마누라에게 너무 의리 없잖아요. 며칠째 집에 들어가지도 않고..
숙여지지 않거든 탓은 하지 말아야지..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너무 가혹 하잖아.."
전화는 길었다.
나도 진이 빠진다.
" 마누라 말고 그 여자 사주 넣어도 되요?"
" 볼 필요도 없어요..애들 있는 여자는 애들 곁으로 가기 마련
이예요..아직은 남자가 좋지..그러나 오십 넘고 나이 들면..
다 제 자식 찾아 가기 마련이예요..이건 이치예요"
" 그럼 내 인생은요?"
" 인생! 글쎄 그렇게 말하면 강요하는 것 밖에는 안되서
내가 할말이 없네.. 00씨처럼 인생의 관점을 어떤 욕구충족에
두는 사람에게 뭐라 하겠어요..단 욕구만 충족하고 사는 사람은
늙어서 많이 흉해요"
" 흉하다니 무슨 말이예요?"
" 늘 보는 눈이 그러하니...그 시선으로 세상을 볼 거 아니예요
살도 잘 다스려야 아름다워요..나무도 잘 가꿔야 장수를 하듯이.."
내 말을 듣는지 아니면 귀신이 지껄이는 말인지..
여러가지로 알아 듣고 있겠다.
" 거두절미하고 이혼하지 말아요..이 마누라 놓치면 다음에 크게
후회 할 것이니...울그락불그락해도 마누라 복은 있구만요."
앞집남자는 점잖게 가만히 있었다.
남편의 권유로 사주를 봐줬지만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았었다.
그래도 제 버릇 남 못 준다고 펼치고 나니 할 말은 한 듯 했다.
간혹 사람들은 제 복으로 만 세상을 사는 줄 안다.
안그렇다.
어울려 사는 것이 사람 사는 흐름인데..
자아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입장이 불행을 자초하는 것이다.
잘해라..
완성되지 않은 나와 잘 살아주는 남자와 여자..
종국엔 서로 같은 편으로 잘해야 한다.
그러면서 완성되어 가다 보면, 서로에게 고개가 숙여지게 된다.
애들이 보고 있다..
내 피를 받은 애들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보고 있다.
그러니 한시도 방심하면 안된다.
그 눈에 비춰진 내가 말년의 삶이 된다는 사실을 왜 모르느냐고..
며칠째 집에 안들어가서 그렇게 꼬질거렸구나!
손님들이 오시면 얼마나 추하게 볼까..
마누라 그늘이 어디인데..
그것도 당신의 업이요.
남편에게 말했다.
" 한마디라도 잘해줘요..아직은 이기적이라 그래요.
내가 사랑 받고 싶으면 사랑을 해줘야지..안그래요?"
" 그려.."
저녁에 남편이 모시러 온단다.
붕어빵 사가지고 가야지..애들은 붕어빵을 참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