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때는 집중을 해야 하는데..
늘 딴전을 피우다..홀딱, 다 된 밥이 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어제도 그러더니 오늘도 그랬다.
아쉬움은 많지만, 지난 것을 가지고 전전긍긍 해봐야
속만 더 타니..좋은 이야기로 마음을 잡자.
좋은 이야기...
추석을 잘 보내고..월요일 좀 한가롭게 시작하고 싶어..
늦게 출근을 했다.
먼데 가을 하늘이 살갗에 와 닿는 듯...내 살빛이 뽀샤시
피어 오른다.
' 전화가 왔습니다'
내 전화에서 울리는 인조인간의 목소리다.
" 네"
" 저기..선생님.."
흐느낌이 절정에 닿는 아주 간여린 음성이다.
" 누구신가요? 왜 목소리가 그래요!"
" 저기..예전에 선생님 뵌적이 있어요"
" 그런데..무슨 일 이신가요?"
" 저기..우리 오빠가..우리 오빠가.."
순간..누구인가 부터 생각해 내야 하는데..
절대 생각이 나지 않는다.
" 우리 오빠...가.."
" 내가 생각을 해 내야 해요..누구 인지.."
" 기억 못 하실거예요.."
" 내가 핸드폰 번호를 가르쳐 주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천천히 이야기를 해요...자초지종을.."
" 저기..예전에 제 손금을 보셨어요..미용실에서.."
미용실!
...
기억을 해내는 방법은 역시 내가 생각해도 대가다.
그늘이 있어..몇마디 했었는데..그게 뭔가 일이 된 모양이다.
초죽음이 된 몰골을 보며, 안스럽고 측은했다.
그 콧대 높고, 멋을 한껏 낸 여인이 그때 그 헤어디자이너 인가!
내 눈을 깜박인다.
손금을 보며 애기는 늦게 있겠고, 걱정할 일이 생기겠네..
라고 말했던 모양이다.
그랬는데.. 그게 맞어 들어가 지금 남편이 생사를
넘나 들고 있다.
손금 보다 더 확실한 사주를 보자..
불러 보라 했다..사성을..
죽 풀어 보니..이를 어쩜 좋단 말인가!
아내가 누워야 할 것을 남편이 누웠다.
'신미날 남편이 머리병으로 아프다..'
갑자기 혈관이 터져 수술을 열시간 했다.
사주를 없다 마소..
사주 팔자 개운 하는 것도 자신의 몫이라지만..
애간장이 녹아 내린다.
젊디 젊은 나이..
" 너무 오빠한테 못했어요..제가 너무 못했어요"
...
" 그날도 아프다 하는데..그냥 그러다 말겠지 했어요.."
...
" 제가 너무 못해서..내가 너무 죄를 많이 지어서.."
..
" 우리 오빠 저렇게 가면 나..나..이 마음속에 ..."
소리내어 운다.
아이구..힘들다.
둘이 눈물이 번벅이 되어..서로가 서로에게 한숨만 안긴다.
" 그냥 모습만 있어도 좋아요. 앞으로 힘들어도 잘 할거예요.
그냥 살아만 줘도 좋겠어요. 선생님..우리 오빠 그냥 안가지요"
아직 하늘이 데리고 가지는 않겠다.
그러나 시간이 오래 걸리겠다.
" 오빠 손 붙잡고 기도 했어요. 오빠 나 오빠 사랑해.
나 혼자 두고 가지마..내가 갚을 시간도 줘야지..
난 오빠 밖에 없는데..오빠도 나 밖에 없다고 했잖아"
구구절절 앓여서 글로 쓰자니..아직도 절이다.
절박한 상황이 오면..아직 사랑이 식지 않은 시간에..
누군가 간다면..그 한을 평생 마음으로 담고 가기엔..
시간이 세월이 야속하다.
한참 목이 메여있다가..말을 건넨다.
" 지치지말고..기도 열심히해요..
그리고 뼈가 녹을때까지 기도해..
꼭 도와 주실거예요..같이 사고가 나도, 어떤 사람은
살고..어떤 사람은 죽어..이 모두 인연법의 순리예요"
이말이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마는...나는 기도의 힘을 믿는다.
" 선생님 지금은 누구에게든 의지하고 싶어요.
마구 흔들여요..나 힘들어요"
" 주인공을 바로 세워요. 내 마음의 주인공을..걱정하지 말아요.
심을 바로 세우면..그 텔레파시는 그 사람의 영혼을 깨우는
힘을 갖어요. 기를 쓰라구.."
가장 밑바닥으로 내려 갔을때 우리는 또 살 가망성을 찾는다.
다 이와 같은 원리다.
밑바닥을 밟아 보아야..귀한 사람도 보이고..귀한 직업도 보이고..
앞날의 인생이 보이는 것이다.
그러면서 참다운 인간이 되어 가는 것이다.
이 아픔의 끝은 아직도 멀다.
아니..이 지구가 없어져 다시 점이 된다 하더라도..
고(苦)의 시련 또한 돌고 돈다.
그저 지금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잘 해야 한다.
곁에 있어 아픔을 주든..기쁨을 주든..
있는 자체만으로 우리의 인과는 소멸 되고 있으니까..
그저 좋은 맘으로 한켠 내 놓으면 한은 없지 않겠는가!
한참 둘이 울고 나니..
하늘이 안보인다.
남편이 보고 싶다.
애들이 보고 싶다.
가족이 보고 싶다.
모두 사랑한다.
아프지 말고..
지금처럼..있어..내 한 다 씻어 서로 얽힌 마음 없이..
그저 행복하자구..
다시 병원으로 향하는 초라한 뒷모습이..
예전 밝게 웃던 그 새댁으로 변했으면 좋겠다.
아슬아슬한 하늘의 별이 떨어지지 않게..
도와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