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오늘 출장을 갔지요.
이십일 정도 집을 비우게 되요.
시원한 것도 있지만, 말씨름 할 사람이 없으니..
왠지 덜렁한 것이 영 재미가 없겠습니다.
핸펀 울리고..
" 나야 "
" 알어.. "
" 점심 먹고 "
" 알았어요. 당신도 "
" 걱정하지 말어..열심히 가고 있지 "
" 조심해요. 당신 몸 하나가 아니고 양팔에 두 다리에
대롱 대롱 메달렸잖어.."
" 나도 알지..사랑해 "
" ..."
떨어진지 세시간하고 한 사십분 지났을까요.
둘의 대화 입니다.
부부는 떨어짐으로 해서 상대의 존재의 가치가 더 확연 할까요.
참말로..
공기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 처럼...
어째든..
허전한 것이..먹을 생각도, 일 할 생각도 좀 덜 합니다.
남편과 전 많이 닮았습니다.
내가 아프면 그도 아프고..
내가 배가 고프면 그도 배가 고프다 했습니다.
입도 둘다 크고,
생각도 둘이 비슷하지요.
삼십둥이가 우리집에 있는데..
이 친구 연애시대 광이지요.
" 너 누구누구 놓치면 시집 못가..어른 가라 "
" 싫어.."
" 사주 보니까 딱이더라. 첫째도 둘째도 너만 사랑하잖어"
" 싫다니까 "
" 이년..왜 싫어.. 가래두 "
" 언니.."
" 왜.."
" 연애시대에서 남자를 사랑한다면 침실에 있을때를
상상하래..근데 그..그는 절대 아니야..아휴 끔찍해.."
" 그건 드라마고.."
" 웃겨..그게 왜 드라마냐..좋아하지도 않는 남자랑
침실에 있는다고 생각해봐..언닌. 나보다 더하면 더하지.
들하지는 않을 거다 "
쌩..
그래.. 너 잘났다.
근데 맞다.
나두 예전에 그것만 생각했지.
우리 남편이 다른 여자랑 나 아닌 침실에 있는다 생각하면...
돈이고, 학벌이고, 배경이고 이딴거 다 필요 없다.
오로지 그에게 맛있는 밥 잘 해 주고, 이쁜 세끼 낳고 잘
살아야지..그것만 생각했었다.
참..우습다.
원래 이것이 기본의 마음이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것은 감정과 이성을 갖었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이 동자도 아는 사실을 어른인 우리는 모르고 산다.
어제는
남편을 다른 여자에게 뺏긴 이야기를 하러 느즈막히
한분이 오셨다.
언제 돌아오나요.
...
할말이 없을땐 그냥 오신 분의 말을 듣는다.
남편이 왜 바람을 피웠고..
시집 식구가 이렇고..
아이들이 이렇게 변했고..
손님의 마음에 커다란 앙금은,,죽이고 싶다는
분노로 산 같은 성을 쌓았다.
풀어지지도 풀려는 마음 조차 없다.
다만 돌아오기만 해봐라..가만 두나..
근데요.
사실은 이런 마음이 있는 한 남편은 돌아오지 않는다.
왜냐면 사람의 살(薩)의 특성은 자꾸 부비고 마찰력이 생겨야
그것이 좋고, 사랑스러워 생각나고 붙으려 한다.
헌데 분노와 증오로 점철 된 살은 절대 피하기만 할 뿐
또 다른 개체를 형성한다.
그래서 상처난 살은 가면 갈수록 썩어 들어가는 것이다.
좀 기다리세요.
더 사랑을 해주세요.
그럴수록 맛있는거 해 주세요.
따뜻한 말 더 해주세요.
등등..
원래 답은 이런 말이지만, 지금 손님의 분노가 이 말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화는 잔뜩 나 있고, 답답증으로 눈동자는 살기에 꽉 차있고,
혈은 뭉쳐 군데군데 뻐근하고 쑤시고...
이 모두 화에서 오는 증후군 인데..
남편이 이런 아내를 사랑 할 수 있을까요..
아내는 다시 받아 줄 수 있을까요.
원망과 한의 시작이라..
참 난감하지요.
고진감래...세월이 약....눈물이 바다를 이루고...
예전의 나의 어머니들이 세월 다 살아 남편를 향해
하신 말씀 들이다.
세기를 지나고, 문명이 바뀌고, 숫자들이 다 바뀌어도
남녀의 사랑은 영원한 숙제 이고,
그 업을 풀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대단한
위인이며, 선각자가 되겠다.
남편이 갑자기 00 싶어졌다.
왜냐면..
커다란 하마 같은 내가..
쪼맨한 눈웃음치는 남편에게..
속삭인다.
" 여보 홍 "
남편 이렇게 말한다.
" 이리와 "
한 이십일은 이 콧소리 못 듣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