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길 숲을 지나 동그마니 벅찬 심정으로 이 길을...
엄마의 손에 이끌려 큰 시장이라고 왔던 이 길을...
그 전생에 걸었을 이 길을...
지금 레드 카펫 위의 모델처럼 걷습니다.
비가 온 후의 맑은 기운은 사람을 다 아름답게 만듭니다.
때가 묻었던 도심의 담과 가로수와...우뚝 서있는 별것들이
다 깨끗해졌습니다.
그 길을 난 사람의 살내음을 느끼며 걷습니다.
끝이 어디인지도 어디로 갈지도 모르면서..
원래 기본의 걷는다는 것에만 충실하며 걷습니다.
마음이 그러했습니다.
역이 나오는 군요.
그 역에서 상상을 합니다.
몸을 실어 어디로든 가면 무엇이 변할까!
무모한 20대는 아니므로 상상만 합니다.
발길 옮긴 끝으로 왔으니 종지부는 찍어야 하는데..
무엇을 할 것인가!
어디에 몸을 실을 것인가!
오라는 곳도 가야할 곳도..없는데 말이지..
머리에서 종횡무진하는 여러갈래의 생각을 접기란..
비 온후의 지금이 너무 청명 합니다.
설레입니다.
무작정 기차에 오를까!
하지만..
내가 만약 내 마음을 기차에 실어 버린다면..
날 바라보는 나의 가족들이 많이 놀라겠지요.
시간이 아주 많이 갔는데도 마음을 자르지 못했습니다.
물끄러미 사람들을 봅니다.
상을 봅니다.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내가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뭘 생각해야 하는지.
상대를 보며 날 느낍니다.
그리고..
새롭게 꿈틀거리는 내 머리속을 무서워 합니다.
내 머리에서 무엇이 나와 날 또 유혹할지..
이는..생활도 가족도 그리고 모든 것을 뒤죽박죽
만들어 버릴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순간의 자연의 유혹 비가 왔다는 것이..
어쩜 날 또 다른 세계로 인도할지 모릅니다.
마음을 자르지 못하면 말입니다.
남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 어디요'
' 가야지요!'
' 얼릉 오시요'
' ...네'
목소리를 듣고 내가 가야 할 곳을 알았습니다.
그래..
날 반겨주는 사람이 있잖어..
가끔은 이렇게 외도를 합니다.
지치다 보면.
외로워 지면.
눈물이 나면.
외도를 합니다.
또 다른 내가 있지 않을까을 생각해 보지만.
쳇바퀴 돌아가듯 그 굴레에 엉겨 나도 돌아갑니다.
이탈을 꿈꿔도 어쩔 수 없이 똑 같은 굴레에 엉켜...
다시 돌아가는 것입니다.
포장마차에 들여 어묵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마음을 자르다라는 노래가 나오는 군요.
풋풋한 웃음이 나옵니다.
아주머니 특별한 질문을 합니다.
" 애인 만나러 가요?"
" .."
" 좋은 일 있으니까 웃지..애인 만나러 가니까 좋지"
" 아줌마도 애인 있으시죠"
나도 특별한 질문을 했습니다.
그래서 둘이 웃었습니다.
어둠이 맑은 것은 두배로 사람을 설레게 합니다.
퇴근 길..그 밤의 공기가 좋아 나도 모르게
발길 닿는대로 걸었습니다.
종국에 내가 갈 곳이 어디인지 알면서 말입니다.
순간의 마음을 자르지 못하면..
지금의 나도..지금의 가족도..지금의 모든 것도..
과연 있었을까요..
산다는 것이 한치의 오차가 없음을 느낍니다.
똑 같은 그 길을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걷고 있었습니다.
사연은 많은 거 같지만, 원래는 똑 같은 길을 걷는 것입니다.
당신도 나도..
그래서 우리는 동지이고 인연 입니다.
마음 자르는 일...어묵 세개 먹으니 끝나더군요.
뜨끈한 국물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