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에서 일어난 안전 사고로 인해 벌어진 학부모 간의 분쟁 해결하기 >
교사가 마음의 중심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사건의 해결이
좌지우지 되었던 소중한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5학년의 담임을 맡고 있습니다.
저희 학교는 학급수가 62학급이나 되지만, 그에 비해 운동장은
매우 좁은 편입니다.
그래서 점심시간에 운동장은 놀러 나온 아이들로 꽉 차버립니다.
그 날 저는 여느 때처럼 점심식사를 마치고 학년 모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저희반 아이들 십 여 명이 학년 협의실로 뛰어 들어왔습니다.
'선생님, 병희(가명)가 운동장에서 놀다가 다쳤어요.
9반 여자아이랑 부딪쳐서 코를 다쳤는데 피가 많이 나요.'
재빨리 양호실로 달려가 보니 양호선생님께서 응급처치를
한 상태였으나 피가 멎지 않아 위급한 상태였습니다.
셔츠 앞부분이 붉게 피로 물들어 있었고 정신을 못 차리고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니다.
아이들이 하는 말로는 9반의 보림이와 부딪히고 나서
배구대 기둥의 튀어나온 부분에 코를 세게 부딪쳤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병희(가명)가 힐리스(바퀴 신발)를 신고 있어서
미끄러진게 아닌가 싶다고도 하였습니다.
보건 선생님께서 부모님께 전화를 하고 어느 병원에 갈지
정하자고 말씀을 하셔서 우선 병희(가명)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다친 경위에 대해 간단하게 말씀드렸고 15분 쯤 후에
부모님이 오셨는데 예상보다 많이 다친 걸 보고
많이 놀라시는 모습이었습니다.
병희(가명) 아버지 차로 급히 가까운 을지 병원으로 갔습니다.
응급실에 가서 반창고를 떼고 보니 상처가 꽤 깊었습니다.
코뼈가 부러져 주저 앉았고, 코 옆면의 콧망울 옆부분이
날카로운 것에 패여 피가 계속 나왔습니다.
눈 아래 볼 뼈가 부서져 조각이 붙을지 두고 봐야 알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틀후 진단결과)
저는 일단 MRI와 CT촬영을 하는 것까지 보고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교감선생님과 보건선생님께 상황을
그대로 말씀드렸습니다.
핸드폰을 미처 가져가지 못해 연락이 안되어 많이
걱정하신 것 같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아이들의 일기장에서 어제 일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집에 가면서 너무 무서웠다는 아이, 요즘 나쁜 일만 생겨
불길한 생각이 든다는 아이 등등 아이들도 많이
놀란 눈치였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입에서 비난의 소리가 마구 튀어나왔습니다.
'선생님, 이게 다 9반 여자애 때문이에요.
그 애가 병희(가명)를 밀어서 다친 거에요.'
'맞아, 맞아. 다 걔 때문이야.'
'그런 애는 가만 두면 안돼요. 혼내 줘야 돼요.'
'야. 우리가 혼내 주자.'
병희(가명)를 걱정하는 아이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
너무 험해서 가만히 듣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너희들 9반 경림(가명)이가 병희를 밀었던 것
확실하게 보았니? 장담할 수 있어?
선생님 생각엔 힐리스를 신고 있어서 중심을
더 못 잡은 것 같은데...'
'그래도 경림이랑 부딪쳐서 넘어진 거 잖아요.
운동장은 모래바닥이라 힐리스 신어도 안 굴러가요'
'그 애가 밀었어요.'
'그 애가 잘못한 것 같은데..'
분한 감정을 보이며 병희를 두둔하는 아이들에게
두 눈으로 똑바로 본 것이 아니면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고 아이들에게 충고 하였습니다.
혹여라도 경림이에게 가서 탓하는 말을 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이야기는 계속됩니다...